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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생활

대화 단절이 뇌에 미치는 위험성

by 혼담 (薰談) — 향기로운 이야기를 담는 공간 2025. 12. 22.

— 말이 사라질 때, 뇌는 외로움을 느낀다

대화 단절이 뇌에 미치는 위험성 포스터

“요즘 대화가 너무 없어요.”
이 말, 어느 부부 상담 프로그램에서 들었어요.
그 어떤 비난이나 폭언보다 더 조용하고, 더 위험한 말 같았어요.

말을 하지 않는다는 건
화가 나서라기보다는
그냥 기대하지 않는다는 뜻일지도 몰라요.
그리고 뇌는, 그 ‘단절’을 스트레스로 인식합니다.

대화가 줄어든다는 건, 자극이 사라진다는 뜻이에요

대화는 단순히 말의 주고받음이 아니에요.
뇌에게는 지속적인 자극이자 운동이에요.
특히 부부처럼 매일 같이 생활하는 사이에서는
‘대화’가 곧 전두엽과 해마를 자극하는 소통의 운동이죠.

“오늘 뭐 먹을까?”, “일찍 들어올 수 있어?”, “요즘 피곤하지 않아?”
이런 평범한 질문조차 뇌에선
감정 처리, 기억 호출, 언어 회로, 공감 회로를 동시에 활성화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아무 말도 하지 않게 되고,
무엇을 물어봐도 짧게 대답하거나
핸드폰만 바라보게 된다면…

뇌는 그걸 ‘고립’으로 해석해요.
실제로 측좌피질(subgenual cingulate cortex)라는 영역은
사회적 단절과 외로움을 육체적 고통과 비슷하게 인식한다고 해요.

침묵은 뇌의 ‘회피 신호’를 만든다

부부 사이에 대화가 끊기면,
뇌는 갈등 회피 모드로 진입합니다.

말을 하지 않으면 다툼은 피할 수 있지만,
뇌는 ‘상호작용 없음’을 정서적 단절로 학습하죠.
결국 감정 공감 회로는 덜 활성화되고,
세로토닌 분비도 줄어들기 시작해요.

그렇게 되면 뇌는 점점 무기력해지고,
정서에 둔감해지고,
상대에 대한 관심이 ‘두려움’이나 ‘피로’로 바뀌어요.

조용한 부부가 나쁜 부부는 아니지만,
끊어진 대화는 뇌에게 슬픈 신호일 수 있어요.

말이 살아있는 관계는 뇌도 살아있어요

말이 많아서가 아니라,
마음이 닿아서 하는 말이 뇌를 건강하게 합니다.

“내가 오늘 힘들었어”,
“그래서 좀 서운했어”,
“괜찮아. 내일은 다를 거야”

이런 말들은
뇌 안의 공감 회로를 자극하고,
편도체의 과잉 반응을 누르며,
세로토닌과 옥시토신 같은
정서 안정 호르몬을 분비시켜요.

특히 나이가 들수록
이런 대화의 자극은 기억력 유지, 치매 예방과도 연결돼요.

말을 건네는 건,
상대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내 뇌를 외로움으로부터 지켜주는 일이기도 해요.

결론: 침묵은 뇌를 굳게 하고, 말은 뇌를 부드럽게 해요

사람은 연결될 때 살아있다고 느껴요.
그 연결의 첫 번째 도구가 바로 이에요.

부부 사이의 대화가 줄었다면,
관계가 멀어진 것이기도 하고,
당신의 뇌가 느끼는 외로움의 신호일 수 있어요.

말을 건네는 게 어색해졌다면,
“오늘 어땠어?” 그 한마디로 시작해 보세요.

그 말이 돌아오면,
뇌도 천천히 깨어나요.
그리고 언젠가는,
마음까지 다시 말하게 될지도 몰라요.

📚 참고자료 및 출처

  • Eisenberger, N. I., Lieberman, M. D., & Williams, K. D. (2003). Does rejection hurt? An fMRI study of social exclusion. Science, 302(5643), 290–292.
  • Lieberman, M.D. (2013). Social: Why Our Brains Are Wired to Connect. Crown Publishing Group.
  • 김경일, 《지혜의 심리학》, 진성북스, 2021.
  • 허태균, 《나의 뇌는 나보다 잘났다》, 중앙북스, 2015.